프롤로그

인간을 대체할 만한 AI의 발전, 개발직을 정말 내가 원하긴 하는지, 그래서 T자형 인간이 도대체 뭐일까에 대한 회의감 등등 지난 1년동안 참 많은 것들을 고민하며 지내온 것 같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VS code를 단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고, 그 수북하고 초록색으로 물들어있던 내 깃허브 잔디 또한 잿빛 가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2023git.png 2024git.png 23년 5월 이후 24년 7월까지 잔디가 비어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 마음에 잠시 놓쳤던 학업에 몰두하였고, 특히 시니어 엔지니어가 되었을 때 가장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공학 수학(Engineering Mathematics)/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과 정보학(Informatics) 과목에서만큼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도록 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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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엔지니어의 길이 확신을 서는 순간이 있었고, 이 확신을 다시 한번 검증하는 무대가 필요했다. 사실 AI, FE, iOS, AR(Unity)까지 경험해보면서, 어떤 한 분야라도 전문분야로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내게는 정말 치명적이었고 이 부분부터 하루빨리 정해야하는 상황이긴 했다. 이 모든 걸 검증하고, 1년간 묵혀둔 내 빨(?)을 끌어올리기에 가장 좋은 건 해커톤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너 아싸인데 팀은…?

사실 팀이 가장 문제이긴 했다. 1년 쉬었던 개발호소인(?)을 누가 받아 줄랑가… 사실 그래서 내 초라한 깃허브부터 이것저것 채워두기 시작했다. kakao.png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꾸려진 4인팀에 합류하고 싶었고, 내가 이 팀에 민폐가 되진 않도록 사전에 미리 내 상황에 대해 공유를 하였다…(초라해진 나… 받아 줄래…?)

다행히 같은 FE개발자 효은님께서는 이미 FE 경험이 많은 학생개발자이셨고,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셔서 운좋게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래서 너네 주제가 뭔데?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우리 팀의 키워드였다. 어떤 문제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내는 것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내용들을 많이 조사했었던 것 같다.(PM이 적성이 맞을지도…) ranking.jpg 대한민국 정책부터 다른 나라 사례까지 전부 분석했고, 아마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600명을 재끼고 올라갈 수 있었지 않았나…싶다ㅎㅎㅎ. 평가 첫 날에는 전체 4등까지 했는데, 마지막날에 28등으로 떨어져 다행 반 아쉬움 반으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


Road to Grand Finals

50개의 팀중에서 결선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은 오직 10팀 밖에 없다. 아침 9시부터 모인 팀원들과 함께 정신없이 개발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딱 3가지였다. 서비스의 완성화, 음성/이미지/텍스트 3가지의 데이터를 모두 각각의 공간에서 분리하여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final.gif 점심시간임에도 분위기가 살벌하다…

팀원분들이 정말 능력자이셨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가 밤 9시부터 11시까지 계약직 업무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 조차도 모두 이해해주셨다..👼 11시 업무를 보고 와서 그동안의 프로세스를 팔로우업 받았는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 원래는 AI Hub에 있는 사투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투리 GPT를 제작하기로 하였는데, AI Hub 속 데이터가 싸구려인건지…결과값이 대참사였다. 사투리는 커녕 표준어조차도 글씨가 모두 깨져서 반환되는 것이었다.

10시간 이상을 투자해서 만들었던 모델인데, 이렇게 쓰지 못하는 것은 정말 좌절스러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그냥 기존 GPT모델 API에 사투리+번역 프롬프트 인트로덕션을 박아두면 어떨까라는 차선책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는 다행이도 사람답게 답변을 해주었다!! 이게 새벽 3시정도에 완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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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팀의 서비스는 1박2일 간 만들기에 그 규모가 너무 컸지만, FE는 경험이 많으신 효은님과 함께 정말 열심히 뚝딱 뚝딱 만들었던 것 같다ㅋㅋㅋㅋㅋ 사실 이거 힘들꺼 같다고 했던 모든 기능들을 구현했다.
(사실 이때부터 내 빨(?)이 살아나기 시작한 거 같기도..ㅋㅋㅋㅋㅋ)

voice.gif 사실 이때 그냥 오디오 라이브러리 가져와다가 바로 써버리고 싶었던 게 굴뚝 같았다.. 그치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휴대폰 사양이 우리들처럼 아이폰 프로 맥스 쓰는 상황은 아닐 것임으로 판단했고 낮은 사양에서도 구동될 수 있도록 최대한 가볍게 개발해야한다는 (쓸데없는) 신념으로 한땀 한땀 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시한번 깨달았던 것은, 개발에 대한 구글링 혹은 에러 서칭을 할때는 영어로 하는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정말 많은 개발자분들도 인사이트를 많이 공유해주시지만, 영어를 쓰는 개발자들의 모수가 훨씬 많을 수 밖에 없고, stackoverflow 부터, 어나더레벨의 인도 개발자들의 인사이트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것 같긴 하였다…

presentation.JPG 마지막 1분까지 모두 소진하여 완성한 우리팀은 바로 다음 본선 진출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3분 동안 엘리베이터 스피칭 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면 심사위원분들 머리에 각인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저희 유니케어의 이름에 걸맞게 전국에 계신 모든 “윤희”라는 존함을 쓰고 계신 모든 할머니분들 한분 한분을 떠올리며 정성그럽게 개발했습니다..(중략)”

3분이 끝나가기 전 마지막에 내가 에라모르겠다 하고 드립 아닌 드립으로 질러버렸다…심사위원분들 포함 우리팀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며 예상과 다르게(?)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음??


말도 안돼! 우리가 결승이라고?? ㄴ(°0°)ㄱ

B-42 xx팀!!, C-21 xxxx팀!! … A-7 유니케어 팀!!!

10개의 팀이 결선에 올라가는데 10번째로 호명되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도파민 그 자체였다.. 팀원들과 소리지르면서 너무 행복해했던 것 같다..ㅠㅠㅠ

이럴 시간도 잠시, 진짜 몇걸음 안 남았기 때문에 결선 무대를 준비를 해야했다. standing.JPG

GPT API 활용과 수익모델 및 고도화 부분을 발표하게 되었고, VC 및 인공지능 전문가분들이 심사위원으로서 앞에 계시는데 유난히 더 떨렸던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는데, 이 질문들에서 우리 아이디어의 약점이 노출되었던 것 같다. 이 약점들을 커버하려다 보니, 마치 심사위원분들께 대드는(?) 그런 느낌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질문이 많다는 건 우리팀에 관심이 많다는 환상을 가지고 기다리긴 했으나…


아쉬운 수상…

오세훈 서울시장님이 직접 나와서 개발자들 채용과 청년 취업과 관련된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마지막에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셨다. 관련기사.

장려상만은 아니길 바랬는데… 우리팀이 제일 먼저 불리면서 사실 정말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정말 많이 아쉬웠지만, 사실 수상 자체도 생각 안하고 있던 우리 팀이 무박2일간 운명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리지 않았나..? 라는 럭키비키(?) 원영식 사고를 하기로 하면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모든 행사가 종료되고 난 그 후..

집에 돌아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였다. 분명한 건 내가 검증하고자 했던 것은 150% 해결이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을 생각해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고 한다.

🔍 해커톤 안에서의 포지션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해커톤을 경험해보면 비개발직군들이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은 개발자들도 느끼는 부분이며, 아마 디자이너나 PM과 같은 비개발직군들 스스로도 느끼는 것처럼 보여졌다.


1. 프로젝트의 성과는 비개발직군이 결정한다.

보통 해커톤을 하면 5명이 한 팀으로 2명 백엔드 + AI, 2명 프론트엔드 + AI, PM + 디자이너 이런 식이 보통 국룰(?)로 여겨지는 것 같긴 한다. 보통 하나의 서비스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만큼 개발자들의 역량이 중요한 것 당연한 사실이다. 그치만 무박2일간 하다보면 정말 예상치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 비개발직군의 역량이 제일 많이 보여지는 것 같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건 최악의 대처법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마르게 냅두고, 아직 엎질러지지 않은 것들로 정말 예쁘게 포장하고 그럴싸하게 감춰야 한다.(해커톤한정)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개발을 할 때 그동안 비개발직군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에 티가 정말 많이 나는 것 같다. 그 시간을 그냥 허성세월 보낸다면, 딱 개발자들이 개발한 만큼만 보여질 것이다. 많은 것을 리서치하고 혹시 모를 발표연습을 하며 피피티 구성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그런 기획자라면, 심사위원들에게 개발되어진 것보다, 더 나아가 이 서비스의 규모가 커졌을 때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마 창업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개발자들은 단기간에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멀리 봐야한다. 도메인 주도 설계(DDD)나 에자일 방법론을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택하여 적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서비스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말 다양한 혹시 모를 에러들을 대비해야하고,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기술의 트렌드를 따라가야한다. 그렇다면, VC들이나 투자자들에게 우리 서비스의 미래를 보여주며 상상할 수 있겠금 만드는 건, 그게 기획자나 PM의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포텐셜을 보여주며 개발이 되어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잠재력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2. 개발직군은 문과감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기술적으로 진행이되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개발직군들끼리는 지네들끼리 아는 언어로 막 대화를 한다. 마치 초등학교에서 축구 좋아하는 애들끼리 지난 새벽에 했던 챔스 결승전에 대해 얘기하면, 축구 모르는 애들은 조용히 한 귀로 듣고 흘릴 수 밖에 없는 현상인 것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프로젝트 전체에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 개발 상황을 공유하고, 이를 비개발직군도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비개발직군이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잘 포장할 수 있도록 우리 개발자들부터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GPT API를 사용해서 유저 데이터를 직접 받아볼 수 있어서, 저희가 2차 가공하면서 더 디벨롭할 수 있어요

사실 API라는 단어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유저 데이터를 어떻게 받아봐서 그걸 왜 디벨롭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으면, 기획자들은 머릿속으로 미래가 그려지질 않는다.

기존 GPT에서 작성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GPT회사만 알잖아요? 저희는 GPT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까 해당 기능만 저희가 사용하려고 API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받아올껀데, 이때 유저가 작성한 프롬프트 내용들을 저희 서버에서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버에 찍힌 해당 유저들의 질문 하나 하나를 데이터 분석하면서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좀 더 서비스에 맞는 정교한 인공지는 모델로 튜닝하던가 새롭게 구성하던가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해 안되시는거 말씀해주세요!

뭔말알?


3. 우승하느냐 마냐는 비개발직군이 결정하지만, 결승을 가냐 마냐는 개발 직군이 결정한다.

비개발직군의 중요성을 앞에서 많이 강조했던 것 같은데, 개발직군이 가장 중요한 건 해커톤 안에서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비스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 팀엔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 실시간 채팅기능 자체를 구현하지 못하면, 유저간의 상호작용이 아예 불가능한 서비스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개발자의 능력이 월등하면 할 수록 기획자는 든든하기 마련이다. 그 안정된 마음에서부터 기획자들은 부푼 꿈을 갖고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개발자들이 못하면 못할 수록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은 우리 개발직군보다 이 사회현상에 대해 훨씬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서비스 기획자 및 팀리더를 원한다면, 나부터 엄청난 개발자가 되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돌이켜보면, 나는 개발자와 기획자 그 사이 어딘가에서 참 애매했던 것 같다. 근데 이게 오히려 우리팀 기획자에게 개발 관련 내용을 잘 이해시키며 커뮤니케이션이 되었고, 이러한 모든 운들과 우연들이 모여 나름 좋은 성과를 얻지 않았나 싶다. 당연히 예쁜 코드를 작성하느냐? 이런 부분에서는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지금봐도 가독성이 너무나 떨어졌고 해당 부분들을 앞으로 더 채워나가며, 이제는 확신을 바탕으로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나가야겠다.😆 다른 팀들과 비교할 수 있을만큼 너무나 완벽했던, 어벤져스와도 같았던 모든 팀원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이 긴 회고록을 마치려고 한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내일도 오늘보다 나은 하루를 보내봅시다!!
More Than Yesterday~~~🎵🎶